친구와 같이 사는 것은 장점이 많다. 특히 예민하고 무딘 영역의 범위나, 취향이 비슷한 동갑내기 동성친구와 사는 것은 더더욱. 우리는 눈빛 교환만으로 야식을 시키고, 청소를 미루고, 서로의 옷을 빌려 입는다. 이 밖에도 룸메이트가 있어서 좋은 점은 하루 종일도 얘기할 수 있는데, 오늘은 그게 너라서 다행인 이유를 써보려고 한다. 

마음속에는 수백 개의 방이 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열리는 방이 있는가 하면,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도 있다. 가정사, 연애사,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이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소망 같은 것들이 담긴… 이 중에는 가족들과 상의를 하는 방도 있고, 연인과 공유하는 방도 있고, 혼자서 고민하는 방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에서 너를 마주하면 어떤 것이든 다 털어놓게 된다. 5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너에게는 내 마음 속 어느 방이든 열 수 있는 마스터키가 생겼나 보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나에게 위안이 되는지. 어떤 방이든 여는 순간, 너는 언제나 내 편이라며 성심성의껏 내 감정의 오르내림과 숱한 다짐들에 함께해 주니까.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신나게 떠들고 각자 침대로 향한다.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내일 보자는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문득 오늘따라 내 얘기가 길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오늘 네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내일의 너에게 기꺼이 응원이 되고 위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되새기다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