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낮을 좋아한다. 인공적인 빛을 만들어내지 않아도 어디서나 시야가 밝은 시간.
광합성으로 에너지를 얻는 것도 아닌데, 해가 뜨고 날씨가 좋을수록 무엇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계절에 따라 해가 길어지면 내 하루의 수명도 길어지는 것만 같달까. 그래서 겨울보다 여름이 좋다. 같은 저녁이라도 여전히 주변이 밝은 여름은, 하루가 끝날 시간이 아직 조금 더 남은 것 같다는 느낌에 마음이 편하다. 가끔은 백야가 일어나는 지역에 살아보면 어떨까 생각해 볼 정도.
항상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이 있다. 창문을 열고 소파에서 하늘을 살피는 것. 아무리 복잡한 도심 속에서도 파란 하늘은 어디서나 볼 수 있으니, 매일 다른 하늘의 색과 구름의 모양을 관찰한다. 유난히 화창하고 하얀 구름이 예쁜 모양으로 떠있으면 더 일찍 일어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태양이 창문을 통해 집안까지 들어와 나를 유혹한다. 자기가 지구 반대편을 밝히러 가기 전에 어서 하루를 시작하라고.
아, 날씨도 좋은데. 오늘은 어디로 나가지☀️
너는 밤을 좋아한다. 어둡고 고요해서 오히려 감각이 살아나는 시간.
너에게 낮은, 소란스러운 시간인 듯하다. 들리는 소리가 너무 많으니까. 수업을 듣거나 업무를 하거나 친구를 만나는, 어찌보면 생산적인 일은 대부분 낮에 하게 된다. 그런데 밤에는 말이야, 오직 네 목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거지. 과제나 기획안 같은 유형의 생산물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무형의 생산물을 내면에 쌓는 거다. 해가 저물어 어둑해질 때 즈음에야 너는 비로소 그 자유를 만끽한다.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좋아하는 책 한 페이지를 넘기고, 음악을 듣고, 사회인의 페르소나가 미뤄둔 조그만 생각들을 다시 꺼내어 또 다른 생각을 덧붙이고 이어나간다. 그렇게 조그만 생각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다래져서 온몸이 생각 혹은 상상으로 가득 채워진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그 평화로운 시간에 너는 네 안의 목소리에 몰입하며 소리를 키워간다.
아, 이제 슬슬 자야 하는데.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