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6년차 룸메이트다.

2024. 9. 19.

우리는 6년차 룸메이트다.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낮을 좋아하는 유진☀️
밤을 좋아하는 아란🌕

두 룸메이트가 함께 지내는 일상 에세이 ✍️

EP1. 디어 마이 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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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중요한 것은 배려

우리는 6년차 룸메이트다.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던 몇 안되는 순간. 작은 도시에서 서울로 대학을 가게 된 날부터 너는 내 룸메이트가 되었다. 시험기간에 몇 시간씩 통화를 하며 함께 벼락치기 공부를 하던 수험생 시절을 훌쩍 지나, 학교 앞 자취방에서 같이 살기 시작하며 대학 생활도 하고, 이런저런 일을 벌이며 각자의 꿈을 다듬어갈 동안 얼마나 많은 감정과 경험을 우리가 공유했는지.

스무 살 때부터 지금까지, 룸메이트와 산다는 얘기를 꺼내면 싸우지 않느냐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리는 지금까지 사소한 갈등 한번 없이 이 동거를 이어왔다. 생활패턴이나 성격이 비슷한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배려라고 답하곤 했다.

관자놀이 부근을 문지르고 있으면 두통약을 건네주거나 낮잠을 좀 자라며 불을 꺼주곤 한다던가. 집안을 어둑하게 해놓고 아무 말 없이 침대에 누워있을 때는 조용히 문을 닫아준다던가. 잠깐 편의점을 다녀올 때 필요한 것은 없는지 꼭 한번 물어보고 나간다던가 하는 사소한 배려들.

혹은 방까지 들어가기도 귀찮아 룸메이트 침대에 몸을 던져버렸다가 다시 일어날 때, 아무렇게나 놓여있던 너의 애착인형을 침대맡에 바르게 앉혀주는 내 모습. 둘 다 잘 준비를 마쳤는데 내가 목이 타서 마실 걸 찾자 하나 남은 소중한 500ml짜리 생수병을 방 사이 한가운데 놓아두고 같이 마시자는 네 행동과 같은 귀여운 배려도.

게다가 우리는 삶의 리듬이랄까. 기쁨, 슬픔, 사랑, 아픔을 겪어온 시기가 비슷해서 그것들을 충분히 나누고 공감할 수 있었거든. (이 얘기는 앞으로 다양한 주제로 차차 꺼낼 생각이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쌓이다 보니 서로 취향도 꿈도 어딘가 조금씩 닮아가 <룸메이트>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시작을 함께하게 되었다.

유진

토순이. 룸메이트의 꼬질하고 귀여운 토끼 애착인형.

아직 에어컨 청소를 하지못해

잘 때 더워하는 룸메이트를 위해 만든 아이스 토순이

항상 토순이를 곁에 두는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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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산다는 것

함께 산지 어언 6년차. 너와 나누는 이야기는 끊임이 없다. 사랑, 미래, 잊고 있었던 과거까지 공유한다. 단순한 수다가 아니다. 우리는 늘 여러 가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가령 베푼다는 행위는 항상 좋은 일일까,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정도가 과해도 되는가, 보다 효율적인 재테크 방법 등. 주제는 다양하다.

옳고 그름, 좋고 나쁨. 너와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나누는 이 시간은 뭐랄까. 마치 삶이 신비로운 예감으로 가득 차는 느낌이다. 생각을 전하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깨닫기도, 네가 가진 깊은 속을 들여다보며 존경할 만한 그 무엇, 인간으로서의 동경을 품기도 하거든.

그래서 더욱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함께 산다는 것은 우리가 가진 생각이 수백 줄기의 힘찬 강물처럼 솟구치는 것과 같아서. 우리 같이 살래? 이 말에는 그런 우리의 시절과 마음 그리고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함께 지내며 드물게 운명을 바꾼 그 눈부신 순간들도.

기록하고 싶다. 새로운 색채로 빛나기 시작한 이야기들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욕심이라서.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서. :)

아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