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고, 준다고 해서 가난해지는 것도 아니다.”
By 에리히 프롬. 아, 정말이지 좋은 말이다. 하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언젠가 설렘이라는 단기 버프가 사라지고, 사소한 의견 차이로 티격태격하고, 혹은 점차 대화는 지루해지고 데이트가 피로해지는. 그런데 이런 문제들은 더 강하게 사랑하는 것으로 해결이 되는 게 맞더라고. 역시 사랑에는 사랑이 가장 효험이 있었다.
세상에는 할 것이 사랑밖에 없다고 연신 말하던 순수한 영혼의 내 룸메이트도 있다. 내 룸메이트로부터 연애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유진이 너한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이내 너의 사랑을 이루는 건 번번한 떨림이 아니라 미래를 그릴 수 있겠다는 확신, 그 신중한 반짝거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사랑에 빠지면 연인의 일이 곧 자기 일이더라고, 너도.
남자친구와 여행을 다니며 행복해하는 너를 지켜보며 가슴이 함께 뛰기도 했었고 세상에는 이토록 진하게 좋아해야만 올라갈 수 있는 경지가 존재한다는 것도 알았다. 우연히 이어져서 시작한 만남 치고는 드넓은 오로라를 마주한 것 마냥 즐거워 보여서. 특히 남자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올 때면 눈동자에 빠르게 반가움이 스쳤는데, 원래 유진이 너라면 절대 뱉지 않을 조금은 낯간지러운 말들도 오갔다. 이를테면 자기야, 뭉뭉아(?), 그리고 사랑해.
어쨌든 당장은 이렇게 돌고 돌아 누군가에게 마음을 준 우연에 함께 기뻐하기로 한다. 그리고 나는 네가 하고 있는 만남을 지켜볼 수 있음에 감사하기로 한다. 언젠가 수화기 너머로 엿들리는 네 연인의 애정 어린 말투를 길게 나열해 본다면. 그곳엔 걱정, 보고픔, 칭찬, 배려 ... 그런 감정과 함께 하는 무수한 마음 등등이 있을 것이다. 함께 지내는 사람에게만 느껴지는 사랑 주변의 사랑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