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서로의 관심사, 취미를 나누곤 한다. 네가 좋다고 하는 것은 대체로 나도 좋았기 때문에 꼭 한 번씩은 그것을 함께 해본다. 네가 갑자기 푹 빠졌던 클라이밍을 수원까지 따라가서 함께 했던 것도, 보드를 가지고 나가 학교를 몇 바퀴나 기우뚱거리며 탔던 것도 다음을 기약하고 싶은 재밌는 경험이었다.
그래서 한번은 네가 하는 게임을 같이 해보려고 피시방에 따라간 적이 있었다. 나는 일 년에 두 번 수강신청 날을 빼고는 자처해서 피시방에 간 적이 없었다. 워낙 게임에 관심이 없는 터라, 네가 얼마나 게임에 진심인지 그날에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피시방이라는 낯선 공간의 분위기에 어리둥절해하던 나를 대신해 게임 세팅을 다 해주고는, 함께 할 팀원이라며 컴퓨터 너머의 누군가를 소개해 주었다. 웬 초등학생 남자아이였는데 너와 죽이 잘 맞더라고. 게임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들었음에도 나는 내 역할을 모르는 혼란 속에 게임을 시작했다. 각자의 위치와 상태, 어떤 지시들이 어지럽게 오가는데 나는 그 중 무엇이 나에게 해당되는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게임 시작 전 짧게 인사만 나눈 초등학생 친구는 내가 꽤나 못마땅한 것 같았다. 나는 초등학생에게 잔소리를 듣는 것으로도 모자라 게임 도중 멀미가 나서 진땀을 뺐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우리 팀이 이기고 있는지 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게임이 끝나고, 나는 토가 나올 것 같다며 급하게 자리를 떴다. 하얗게 질린 내 얼굴을 보며 너는 처음 하면 그럴 수 있다며 나를 위로하면서도 당황스러움과 웃음은 숨길 수 없었나 보다.
그럼에도 나는 또 한 번 다음을 기약했다. 솔직히 게임이 재밌었다기보다는 그 우스운 추억이 그립기도 하고, 여전히 게임 얘기를 하고 게임 영상을 볼 때마다 생기가 넘치는 네가 신기하고 궁금해서. 좋아하는 건 나눌수록 그 좋음이 곱하기가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