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리멘탈>을 관람한 친구들은, 남자 주인공 ‘웨이드’의 성격이 꼭 나 같다고 전해온다. 잘 웃고, 잘 울먹이고, 잘 공감하고, 또 잘 감동받아서. 특히 웃음만큼 눈물이 많은 것도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다. 한때는 그런 내가 유약하고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었지만, 얼마 안 가 그 생각은 고스란히 접었다. 가장 쉬웠거든. 사소하더라도 한 점 부끄럼 없이 솔직한 진심을 내보이는 것.
사람마다 태도 차이가 있다. 구름이 동동 떠다니는 날씨에 ‘날 좋다’고 넘어가는 인생, 혹은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 게 분명하다’라고 덧붙이는 삶. 유진이로 말할 것 같으면 후자에 가깝다. 누군가 내게 ‘네 룸메이트는 어떻게 지내니?’라고 묻는다면 스물다섯, 남의 집 마당에 핀 능소화를 하염없이 쳐다보며 예쁘다고 웃는 소녀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능소화를 배경으로 이따금 나를 자기 카메라에 담아주는, 맑고 둥근 웃음이 만성인.
외유내강, 선을 지키면서 자신을 보호할 줄 아는 현명함. 너는 누군가 자기 삶 위에 감히 덧칠하려 들 땐 부드럽게 물러날 줄 안다. 상대가 무안하지 않도록 느으긋한 보폭으로. 그 강한 내면을 무엇이라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확실한 건 내가 너로부터 배우고 싶은 점이라는 사실이다. 다행히 나도 함께 머무르고 있다. 공간에 배어버린 너의 단단한 분위기 속에 말이다.
나는 목청이 진동하는 웃음과 눈물의 짭짜름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리고 너를 만나 서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감사하고 만다. 그건 아마 나의 유연하고도 물렁한 무늬 위로 너의 씩씩한 시선이 스며들고, 믿음이 가득한 눈빛 속에서 우리가 함께 어른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